카페인과 유기농 커피, 진짜 관계는? (연구 데이터로 확인한 사실)

 유기농 커피가 카페인도 적을 거라는 생각, 실제로는 어떨까요? 2013년부터 저온 로스팅만 연구해온 특허 보유자가 국제 학술지 데이터를 근거로 카페인과 재배·로스팅 방식의 관계를 정리했습니다.


유기농 커피가 관행 재배 커피보다 카페인이 적을 것이라는 생각은 흔하지만, 연구 결과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관행 재배 원두의 카페인 함량이 유기농 원두보다 유의하게 높게 나타난 연구도 있습니다. 반면 질소비료 공급량과 커피나무 전체의 카페인 함량 사이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연구도 있어, "천연비료를 쓰면 카페인이 줄어든다"는 식의 단정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로스팅 온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카페인은 클로로겐산 같은 페놀 성분보다 열에 훨씬 안정적이어서, 저온 로스팅이 지켜주는 것은 카페인이 아니라 주로 산성 페놀 화합물 쪽이라는 게 최근 데이터의 결론입니다.

유기농 커피와 카페인 함량을 연구하는 원두 비교 장면

목차

유기농 커피는 카페인이 적을까? 흔히 하는 오해

원두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유기농이니까 카페인도 순하겠네요?"라는 질문을 정말 자주 받습니다. 

몇 년 전 시음 모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요. 같은 산지, 비슷한 로스팅 포인트의 유기농 원두와 관행 재배 원두를 나란히 내렸더니, 참석자 대부분이 유기농 쪽이 "더 부드럽고 카페인도 약할 것 같다"고 짐작하셨습니다. 실제로 컵에 담긴 카페인 양은 육안이나 향으로 가늠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데도 말이죠.

이 오해는 "유기농=순함, 관행=강함"이라는 이미지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카페인은 맛의 강도나 화학비료 사용 여부와 직결되는 성분이 아니라, 커피나무 유전형과 품종(아라비카·로부스타)의 영향을 훨씬 많이 받는 알칼로이드입니다. 

재배 방식이 카페인에 아예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지만, "유기농이니까 당연히 적다"는 식의 단순한 공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커피나무는 왜 카페인을 만들며, 비료는 정말 영향을 줄까

로스팅을 배우던 초기, 저 역시 "천연비료를 쓰면 나무가 스트레스를 받아 방어 물질을 더 많이 만들고, 그중 카페인도 늘어나거나 줄어들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찾아볼수록 카페인은 폴리페놀류와는 다른 방식으로 조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미국 톨레도대학교 곤티어(Gonthier) 연구팀이 진행한 온실 실험에서는, 질소비료 공급량을 세 단계(저·중·고)로 나눠 커피 묘목에 준 뒤 카페인 함량을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질소 공급량이 많을수록 나무의 생장량과 잎의 질소 함량은 늘었고, 잎맥 체관부(phloem exudate) 안의 카페인 농도도 고농도 질소 처리구에서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잎·줄기·뿌리를 포함한 나무 전체의 총 카페인 농도와 함량은 질소 처리 단계에 따라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커피의 카페인 생성은 환경보다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Gonthier 등, 2011년 Chemoecology지 발표).

즉 "천연비료를 쓰면 방어 물질이 늘어나 갈릭산·퀘르세틴 같은 폴리페놀이 증가한다"는 설명은 여러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지만, 같은 논리를 카페인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카페인과 폴리페놀은 식물 안에서 서로 다른 대사 경로와 조절 기전을 가진 별개의 성분이기 때문입니다.

유기농 vs 관행, 실제 연구 데이터는 어떻게 다를까

"그래도 실제로 유기농 원두를 분석하면 카페인이 더 적게 나오지 않을까요?"라는 질문도 자주 듣는데, 이 부분도 연구마다 결과가 갈리더군요. 

페루산 아라비카 생두를 대상으로 한 바르샤바 생명과학대학교 구레츠키·할만(Górecki & Hallmann) 연구팀의 실험을 보면, 유기농 원두와 관행 재배 원두를 같은 조건에서 로스팅·추출해 비교했을 때 '관행 재배 커피 쪽의 카페인 함량이 오히려 유의하게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같은 연구에서 총 플라보노이드와 퀘르세틴 유도체 역시 관행 재배 쪽이 더 높았던 반면, 그 밖의 생리활성 성분 대부분은 유기농 쪽이 더 높은 수치를 보였습니다(Górecki & Hallmann, 2020년 Antioxidants지 발표).

비교 항목 유기농 재배 커피 관행 재배 커피 근거 연구
카페인 함량 상대적으로 낮게 측정 유의하게 더 높게 측정 Górecki & Hallmann (2020)
총 플라보노이드·퀘르세틴 상대적으로 낮게 측정 더 높게 측정 Górecki & Hallmann (2020)
그 외 생리활성 성분 대부분 더 높게 측정 상대적으로 낮게 측정 Górecki & Hallmann (2020)
질소비료 공급량과
나무 전체 카페인 총량의 관계
유의한 상관관계 미확인 유의한 상관관계 미확인 Gonthier 등 (2011)

정리하면, "유기농이 카페인까지 낮춘다"고 일반화하기보다는 '연구 표본과 산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항목' 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카페인 함량을 좌우하는 더 결정적인 변수는 재배 방식보다 품종(아라비카 대 로부스타)과 로스팅·추출 조건입니다.

저온 로스팅이 카페인에도 영향을 줄까? 진짜 지켜지는 것은 무엇인가?

2013년부터 160°C 이하 구간에서 로스팅 프로파일을 조정해오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저온 로스팅을 하면 카페인도 덜 날아가나요?"입니다.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제가 저온 로스팅을 고집하는 이유는 카페인이 아니라 클로로겐산 같은 페놀 성분 때문입니다.

미국 베리대학교·드렉셀대학교 공동 연구팀(Lindsey 등)이 '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연구는 이 지점을 명확히 짚어줍니다. 

연구진은 그린빈 품종·로스팅 정도·추출 시간을 30가지 조합으로 나눠 카페인 함량 변화를 정밀 측정했는데, 선행 문헌들에서 가장 많이 보고된 결과는 "카페인 함량이 로스팅 정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카페인이 실제로 승화(sublimation)를 통해 손실되려면 원두 내부 온도가 매우 높은 구간까지 도달해야 하는데, 이 연구에서도 카페인 손실이 뚜렷해지는 지점은 원두 배출 온도가 약 400~420°F(약 204~216°C) 이상으로 올라간 배치에서였습니다(Lindsey 등, 2024년 발표).

반면 클로로겐산은 사정이 다릅니다. 

미국 UC 데이비스 환경독성학과 문준관 등이 2009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원두를 230°C에서 12분, 250°C에서 21분처럼 고온·장시간 조건으로 로스팅할수록 클로로겐산 총량이 절반 이하, 심하면 미량 수준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가 160°C 이하 구간을 임계 온도로 잡고 로스팅해온 것도 바로 이 클로로겐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입니다(Moon 등, 2009년 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지 발표). 

저온 로스팅이 지켜주는 것은 카페인이 아니라 주로 클로로겐산을 비롯한 산성 페놀 화합물이라는 점을 다시한번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원두의 카페인 차이를 비교하는 장면

카페인에 민감하다면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카페인 섭취량을 관리해야 하는 분들께는 식약처 카페인 섭취 권고량을 기준 삼아 확인하시라고 안내합니다.

1. 품종 확인 — 유기농 여부보다 아라비카인지 로부스타인지가 카페인 함량에 훨씬 크게 작용합니다.

2. 로스팅 단계보다 추출 조건 확인 — 로스팅 정도 자체보다 물의 양, 추출 시간, 원두 대 물 비율이 실제 한 잔의 카페인 양을 더 크게 좌우합니다(Lindsey 등, 2024).

3. 원두 상세 정보 공개 여부 — 카페인 함량을 실측해 표기하거나, 산지·품종 정보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브랜드인지 확인합니다.

카페인에 예민한 분이라면 "유기농이니 괜찮겠지"라는 짐작보다, 품종과 실제 표기된 카페인 함량을 확인하시는 편이 더 정확한 방법입니다.

결론: 카페인은 재배 방식보다 품종과 추출이 좌우한다

유기농 재배와 천연비료가 폴리페놀 같은 2차 대사산물의 구성을 바꾼다는 연구는 여러 건 존재하지만, 카페인만 놓고 보면 재배 방식보다 품종과 추출 조건이 더 큰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데이터가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저온 로스팅 역시 카페인 보존이 아니라 클로로겐산 같은 산성 페놀 성분의 열분해를 줄이기 위한 선택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정리해둡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유기농 커피는 무조건 카페인이 적은가요?

아닙니다. 구레츠키·할만 연구팀의 2020년 연구에서는 오히려 관행 재배 커피의 카페인 함량이 유기농 커피보다 유의하게 높게 측정되었습니다. 재배 방식과 카페인 함량 사이에 일관된 인과관계가 확립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Q2. 천연비료(질소비료)를 적게 쓰면 카페인이 줄어드나요?

그렇게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질소비료 공급량에 따라 잎맥 체관부의 카페인 농도는 차이를 보였지만, 나무 전체의 총 카페인 함량은 질소 공급 단계와 유의한 관련을 보이지 않았습니다(Gonthier 등, 2011).

Q3. 저온 로스팅을 하면 카페인이 더 많이 남나요?

카페인은 일반적인 로스팅 온도 범위에서는 비교적 열에 안정적인 성분으로 보고되고 있어, 로스팅 정도에 따른 카페인 함량 변화는 크지 않다는 것이 다수 문헌의 결론입니다. 저온 로스팅으로 주로 보존되는 것은 카페인보다 클로로겐산 같은 페놀 화합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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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References)

Górecki, M., & Hallmann, E. (2020). The Antioxidant Content of Coffee and Its In Vitro Activity as an Effect of Its Production Method and Roasting and Brewing Time. Antioxidants, 9(4), 308.

Gonthier, D. J., Witter, J. D., Spongberg, A. L., & Philpott, S. M. (2011). Effect of nitrogen fertilization on caffeine production in coffee (Coffea arabica). Chemoecology, 21(3), 123–130.

Lindsey, Z. R., Williams, J. R., Burgess, J. S., Moore, N. T., & Splichal, P. M. (2024). Caffeine content in filter coffee brews as a function of degree of roast and extraction yield. Scientific Reports, 14, 29126.

Moon, J. K., Yoo, H. S., & Shibamoto, T. (2009). Role of Roasting Conditions in the Level of Chlorogenic Acid Content in Coffee Beans: Correlation with Coffee Acidity. 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 57(12), 5365–5369.

글쓴이 소개

mary wells garden — 저온 로스팅 기술 특허 보유자

2013년부터 160°C 이하 저온 로스팅의 효과를 독자적으로 연구해 왔으며, 관련 로스팅 기술로 특허(제10-2916444호)를 취득했습니다. 유럽 바리스타 자격증과 국내 바리스타 자격을 보유하고 있지만 바리스타로 직접 활동하지는 않고, 오직 '저온 로스팅' 한 가지 주제에만 집중해 10년 넘게 자료를 모으고 실험해 왔습니다. 이 블로그에서는 그 과정에서 쌓은 경험과 공개된 연구 자료를 근거로, 원두의 성분 변화와 항산화 성분 보존에 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저온 로스팅 특허(제10-2916444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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