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페인 커피가 기억력을 높였다고? '62명 연구'에서 놓치기 쉬운 숫자

"디카페인 커피를 마셨더니 기억력이 좋아졌다." 이 연구를 소개한 기사들을 보면 이렇게 읽히기 쉽습니다. 그런데 논문 원문을 펼쳐 보니 제 눈에 먼저 들어온 숫자는 62명이 아니라 15명이었습니다.

연구에는 모두 62명이 참여했고, 그중 디카페인 커피를 실제로 마신 사람은 15명입니다. 이 15명에게서 일부 기억 검사 점수가 좋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 결과를 어디까지 읽어야 하는지는 숫자와 함께 연구의 순서를 따라가 보면 보입니다.

디카페인 커피 기억력 연구 참가자 수를 표시한 커피 두 잔, 카페인군 16명과 디카페인군 15명

같은 커피를 두 잔에 나눠 담고, 연구에서 카페인 커피와 디카페인 커피를 마신 인원을 각각 적었습니다.

이 글의 연구 자료와 외부 링크는 2026년 10월 1일 기준으로 확인했습니다.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를 평가하는 글은 아닙니다.

목차

디카페인 커피 연구 62명, 실제로 디카페인을 마신 사람은 몇 명일까?

이 글을 준비하면서 같은 커피를 두 잔에 똑같이 나눠 담고, 잔 앞에 16과 15를 적어 봤습니다. 나란히 놓으니 두 잔은 색도 양도 같아서, 숫자 쪽지를 떼면 어느 잔이 어느 쪽인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실제 참가자들도 그랬습니다. 자기 커피에 카페인이 들었는지 참가자도 연구자도 모르는 이중맹검 방식이었습니다.

아일랜드 코크대학(University College Cork) 연구진은 2021년 9월부터 2023년 1월까지 30~50세 건강한 성인 62명을 모았습니다. 평소 커피를 마시지 않는 31명과 하루 3~5잔을 마시는 31명을 먼저 비교했고, 비음용자의 참여는 이 첫 비교에서 끝났습니다. 그 뒤로는 커피 음용자 31명만 남았고, 이들이 마지막 단계에서 둘로 나뉘면서 디카페인 커피를 마신 사람은 15명이 됐습니다. 결과는 2026년 4월 Boscaini 등이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습니다.

단계 참여 인원 실제로 한 일
처음 62명 커피 비음용자 31명과 음용자 31명을 한 번 비교
다음 2주 31명 음용자 31명이 커피와 카페인 음료를 모두 끊음
마지막 3주 31명 무작위로 나눠 16명은 카페인 커피, 15명은 디카페인 커피를 마심

마지막 3주 동안 참가자들이 마신 커피는 연구진이 나눠 준 인스턴트커피 하루 네 봉지(봉지당 1.8g)였고, 물과 우유, 설탕은 각자 원하는 만큼 넣었습니다. 집에서 내리는 핸드드립이나 카페 아메리카노와는 조건부터 다릅니다. '62명 연구'라는 소개는 틀리지 않지만, 디카페인 커피와 기억력의 관계는 15명에게서 관찰된 결과로 읽어야 정확합니다.

디카페인군의 기억력 검사, 어디까지 달라졌을까?

디카페인군에서 좋아진 기억 지표는 단어 기억과 그림 위치 기억, 두 가지였습니다. 같은 기간 카페인군은 기억 검사보다 다른 칸에서 변화를 보였습니다.

지표 디카페인군 15명 카페인군 16명
단어 기억 검사(ModRey) 여러 항목에서 향상 뚜렷한 변화 없음
그림 위치 기억 검사(PAL) 오류 수 감소 뚜렷한 변화 없음
주의력 검사(PASAT) 별도 보고 없음 점수 향상
불안 설문(STAI) 별도 보고 없음 점수 감소
수면의 질·신체활동 설문 개선 별도 보고 없음
스트레스·우울 설문 개선 개선

Boscaini 등(2026) 논문 본문 기준, 각 집단이 연구 시작 때와 비교해 달라진 지표

단어 기억 검사는 단어 20개를 들은 직후, 5분 뒤, 30분 뒤에 떠올려 보고 마지막에 들었던 단어를 골라내는 방식입니다. 연구진은 같은 단어에 익숙해지는 학습효과를 막으려고 처음과 마지막 검사에 서로 다른 단어 목록을 썼습니다.

그림 위치 검사는 사정이 다릅니다. 바꿔 쓸 문제지가 없어 같은 검사를 두 번 치렀기 때문에, 논문은 카페인 이외의 커피 성분이 학습과 기억에 도움이 됐을 가능성과 검사에 익숙해진 효과일 가능성을 나란히 적었습니다.

표를 가로로 읽어 보면 두 커피가 서로 다른 지표에서 움직였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기억 검사만 떼어 보면 디카페인이 앞서 보이지만, 주의력과 불안 점수는 카페인 커피를 마신 쪽에서 달라졌습니다.

논문 본문은 각 집단이 연구 시작 때와 비교해 얼마나 달라졌는지로 결과를 설명합니다. 한쪽 집단에서만 유의한 변화가 나온 결과와, 두 집단의 변화 폭 차이를 직접 검증한 결과는 구분해서 읽어야 합니다.

디카페인군 기억력 개선, 수면과 운동 때문이었을까?

논문은 디카페인군의 기억 점수 개선이 같은 기간 좋아진 수면의 질과 신체활동 덕분일 수 있다고 직접 설명합니다.

디카페인군은 3주 동안 수면의 질(PSQI)과 신체활동(IPAQ) 설문 점수가 나아졌습니다. 저자들은 이 해석의 근거로 두 편의 리뷰를 인용했습니다. 2021년 Berres와 Erdfelder는 Psychological Bulletin에 실은 메타분석에서 잠을 자고 난 뒤 일화 기억이 더 잘 유지되는 효과를 정리했고, 같은 해 Moore와 Loprinzi는 European Journal of Neuroscience 리뷰에서 운동이 해마 회로를 거쳐 일화 기억에 영향을 주는 경로를 다뤘습니다. 커피 성분의 작용과 잠, 활동량의 변화가 섞여 있을 가능성을 논문 스스로 열어 둔 셈입니다.

장내 미생물 이야기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 연구의 1차 평가항목, 다시 말해 처음부터 가장 중요하게 정한 평가 항목은 장내 미생물의 구성과 기능이었고, 기억 검사는 그 곁에서 살핀 여러 항목 중 하나였습니다. 커피를 다시 마시자 일부 미생물 종의 비율이 카페인 유무와 관계없이 달라졌습니다. 논문에는 미생물과 대사물질, 기억·행동 점수를 선으로 이은 그림이 실려 있는데, 이 선들은 통계적으로 같이 움직인 관계를 뜻합니다. 무엇이 무엇을 일으켰는지는 후속 연구가 가려야 할 부분입니다.

저자들이 밝힌 한계도 있습니다. 표본 크기를 장내 미생물 변화에 맞춰 정했기 때문에, 기억 검사를 포함한 나머지 항목에서는 작거나 중간 정도의 효과를 잡아내기에 사람 수가 부족했을 수 있다고 썼습니다.

디카페인 커피에도 폴리페놀은 남아 있을까?

저온 로스팅을 연구하는 사람에게 클로로겐산은 늘 따라다니는 성분입니다. 그래서 이 논문에서도 기억 검사보다 폴리페놀 대사물 데이터를 먼저 찾아 읽었습니다.

디카페인 커피를 마신 뒤에도 커피에서 온 페놀 대사물은 소변과 대변에서 다시 늘어났습니다.

2주 동안 커피를 끊자 참가자들의 소변 속 대사물 구성은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들과 거의 비슷해졌습니다. 커피를 다시 마시자 카페인 대사물은 카페인 커피를 마신 쪽에서만 돌아왔고, 커피 유래 페놀 대사물은 두 집단 모두에서 올라갔습니다. 대변 속 카페산(caffeic acid) 같은 페놀산도 집단 차이 없이 늘었습니다. 카페인을 빼도 클로로겐산 계열 성분은 몸에서 흡수되고 대사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소변 속 페놀 대사물의 양은 사람마다 편차가 컸습니다. 저자들은 이 차이에 각자의 장내 미생물이 관여했을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같은 커피라도 몸에서 처리되는 모습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험에 쓴 커피가 로스팅 조건을 따로 정하지 않은 시판 인스턴트커피였다는 점도 기억해 둘 만합니다. 클로로겐산은 로스팅이 진행될수록 줄어들기 때문에, 같은 디카페인이라도 원두와 로스팅 방식에 따라 남는 양이 달라집니다. 로스팅 온도별 변화는 왜 저온 로스팅 커피일까? 온도별 클로로겐산 분자 구조 변화와 특징에서 정리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제가 가져온 것은 디카페인을 마셔야 한다는 답보다, 카페인을 빼도 커피의 다른 성분은 여전히 몸 안에서 움직인다는 관찰입니다. 디카페인 커피와 기억력 사이의 더 분명한 답은 기억 검사를 1차 목표로 정하고 더 많은 사람을 비교하는 후속 연구에서 나올 것입니다.

디카페인 커피 기억력 연구, 자주 묻는 질문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면 기억력이 좋아지나요?

건강한 성인 15명이 3주 동안 디카페인 커피를 마신 뒤 단어 기억과 그림 위치 기억 검사의 일부 점수가 좋아졌습니다. 같은 기간 수면과 신체활동 점수도 나아졌고, 기억력은 연구의 1차 평가항목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근거로 말할 수 있는 범위는 이 15명의 일부 지표 변화까지입니다.

디카페인 커피에도 폴리페놀이 들어 있나요?

디카페인 커피를 마신 참가자들에게서도 소변 속 커피 유래 페놀 대사물이 카페인 커피를 마셨을 때와 비슷하게 늘었습니다. 원두에 남는 양은 디카페인 공정과 원두 종류, 로스팅 조건에 따라 달라지므로 제품마다 차이가 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이 연구 결과를 보고 일반 커피를 디카페인으로 바꿔야 할까요?

이 연구가 보여 준 것은 하루 3~5잔을 마시던 건강한 성인들의 3주간 변화입니다. 카페인을 줄일지는 본인의 수면과 카페인 반응, 건강 상태를 보고 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며, 질환이 있거나 약을 복용 중이라면 의료진과 먼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마다 카페인 반응이 다른 이유는 커피 마셔도 잘 자는 이유, 사람마다 카페인 반응 다른 원인은?에서 다뤘습니다.

참고문헌

Boscaini, S., Bastiaanssen, T. F. S., Moloney, G. M., et al. (2026). Habitual coffee intake shapes the gut microbiome and modifies host physiology and cognition. Nature Communications, 17, 3439.
https://doi.org/10.1038/s41467-026-71264-8

Berres, S., & Erdfelder, E. (2021). The sleep benefit in episodic memory: An integrative review and a meta-analysis. Psychological Bulletin, 147(12), 1309–1353.
https://doi.org/10.1037/bul0000350

Moore, D., & Loprinzi, P. D. (2021). Exercise influences episodic memory via changes in hippocampal neurocircuitry and long-term potentiation. European Journal of Neuroscience, 54, 6960–6971.
https://doi.org/10.1111/ejn.14728

글쓴이 소개
mary wells garden — 저온 로스팅 기술 특허 보유자
2013년부터 160°C 이하 저온 로스팅의 효과를 독자적으로 연구해 왔으며, 관련 로스팅 기술로 특허(제10-2916444호)를 취득했습니다. 유럽 바리스타 자격증과 국내 바리스타 자격을 보유하고 있지만 바리스타로 직접 활동하지는 않고, 오직 '저온 로스팅' 한 가지 주제에만 집중해 10년 넘게 자료를 모으고 실험해 왔습니다. 이 블로그에서는 그 과정에서 쌓은 경험과 공개된 연구 자료를 근거로, 원두의 성분 변화와 항산화 성분 보존에 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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