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C 이하 저온 로스팅이 주목받는 이유, 향보다 색이 먼저 말해주는 커피의 차이

160°C 이하 저온 로스팅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라이트 로스팅과는 조금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노란 빛과 녹차 빛 사이의 추출 색, 커피 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차이를 천천히 살펴보겠습니다.


비 오는 아침, 커피 라기 보다 곡물 차에 가까운 색이 먼저 보였습니다.

추적추적 비가 살짝 내리던 아침 7시쯤이었습니다.

오늘도 포트 안에서 물이 데워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빗 소리에 섞여 물이 끓기 위해 데워지는 포트 안의 물소리 저는 그 소리가 참 좋습니다.
출근하자마자 따뜻한 저온 로스팅 커피를 한잔 준비할 때마다, 아주 작은 설렘이 생겨나거든요.

하얀 도기잔 안에서 노란 빛이 살짝 돌고, 김은 조용히 올라옵니다. 그런데 그 노란 빛이 생각보다 참 예쁜 거예요. 혹시 커피 색을 보고 설렌 적 있으세요?

160도 이하 저온 로스팅 커피를 잔에 따랐을 때 나타나는 맑은 노란빛과 녹차빛 색상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노란 빛의 커피에서는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그 커피 향이 거의 아니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손에 든 컵은 분명 따뜻한 커피인데,
머릿속에서는 커피보다 곡물 차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 겁니다.

처음 이 커피를 보는 사람들도 대개 저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더군요. 우리가 흔히 아는 진한 갈색 커피가 아니라, 노란 빛과 연한 녹차 빛 사이의 색이 유리잔 안에 맑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곧 이런 질문이 따라옵니다.


"이거 정말 커피 맞아요?"

그럴 만도 합니다.
일반적인 커피처럼 진한 로스팅 향이나 고소한 커피 향이 먼저 올라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처음 끓였을 때는 커피 향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조용합니다.

저온 로스팅은 단순히 "연하게 볶은 커피"라는 말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160°C 이하의 낮은 온도 흐름으로 다룬 커피는 일반적인 갈색 커피에 대한 기대를 조금 흔듭니다.

실제로 마셔보면 향보다 색이 먼저 말을 걸어오고, 진한 자극보다 조용한 질감이 남게 되거든요.


목차

1. 160°C 이하 저온 로스팅과 라이트 로스팅의 결정적 차이

많은 사람들이 저온 로스팅을 들으면 라이트 로스팅을 떠올립니다. 밝은 갈색, 살아있는 산미, 과일 향이 느껴지는 스페셜티 커피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한 160°C 이하 저온 로스팅 커피는 이 이미지와는 다릅니다.

라이트 로스팅은 보통 원두의 색, 산미, 향미, 그리고 1차 크랙 전후의 로스팅 시점으로 설명됩니다. 1차 크랙은 원두 내부의 수분과 이산화탄소 압력이 커지면서 팝콘처럼 터지는 소리가 나는 구간으로, 자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196°C 전후 혹은 201~208°C 구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일반적인 라이트 로스팅은 낮게 볶은 커피라고 해도 대개 1차 크랙 구간을 지나거나 그 직후에 배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160°C 이하 저온 로스팅은 이보다 훨씬 낮은 온도 기준에서 커피를 다룹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짚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로스팅 과정에서 원두는 150~160°C 부근까지 '건조 단계(drying phase)'를 거친 뒤에야 마이야르 반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그 이후 갈변과 향미 화합물 생성이 활발해집니다. 

160°C 이하에서 배출한다는 것은 원두가 마이야르 반응을 충분히 거치기 전, 초기 단계에 머문 상태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지점이 일반적인 로스팅 이론에서 저온 로스팅을 '흔치 않은 영역'으로 보는 이유이기도 하며, 그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커피를 단순히 "라이트 로스팅"이라고 부르기보다, 160°C 이하라는 온도 기준으로 먼저 설명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볶은 색'이 아닌 '온도 기준'으로 바라보기

라이트 로스팅이 밝게 볶은 커피를 말한다면, 160°C 이하 저온 로스팅은 1차 크랙 전후까지 가지 않는 낮은 온도 흐름 안에서 커피를 어디까지 다루었는가를 보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라이트 로스팅 커피는 여전히 우리가 아는 커피다운 향 안에서 밝고 산뜻한 방향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미가 있고, 과일 향이 느껴지고, 추출액도 대체로 갈색 계열입니다.

반면 160°C 이하 저온 로스팅 커피는 처음 마시는 사람에게 '커피란 무엇인가'라는 인식 자체를 다시 묻게 만듭니다. 색은 갈색보다 노란 빛, 연한 녹차 빛, 곡물 차에 가깝고, 향도 일반적인 커피 향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결국 이 커피를 라이트 로스팅이라고만 설명하면 핵심이 흐려집니다. 차이는 단순히 '연하게 볶았다'가 아니라, 라이트 로스팅에서 자주 언급되는 1차 크랙 구간보다 낮은 160°C 이하 온도 기준에서 다뤄졌다는 점에 있습니다

2. 저온 로스팅 커피의 색상이 갈색이 아닌 노란빛을 띠는 이유

저온 로스팅 커피를 처음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향보다 색입니다. 

일반 커피를 생각하고 유리잔을 보면 순간 주춤하게 됩니다. 진한 갈색이 아니라 맑은 노란 빛, 녹차 빛, 곡물 차 같은 색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색이 낮은 온도로 다뤄진 원두에서 나타나는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마이야르 반응·캐러멜화 진행 정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로스팅 온도가 높아질수록 갈변 반응이 깊어지며 색이 짙어지는데, 160°C 이하에서는 이 반응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원두 고유의 옅은 색이 추출액에도 그대로 반영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클로로겐산(CGA) 함량은 로스팅 온도가 높아질수록 감소하고, 반대로 녹생두는 클로로겐산 함량이 가장 높다는 분석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Awwadetal.,2021,Molecules

저온에서 다룬 원두일수록 이런 생두 고유의 성분·색을 더 많이 간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는 추출액의 색상

처음 끓였을 때의 색은 비교적 맑습니다. 따뜻할 때는 노란 빛과 연한 녹차 빛이 부드럽게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 식으면 색이 점점 짙어지고 때로는 탁한 녹색 계열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커피를 너무 오래 식혀두기보다 따뜻할 때 마시는 편을 권합니다.

3. 익숙한 커피 향이 없는 조용함, 단점이 아닌 이유

커피를 마실 때 많은 사람은 향을 먼저 기대합니다. 

봉투를 열었을 때 올라오는 고소한 향, 물을 부었을 때 퍼지는 로스팅 향 말입니다. 하지만 저온 로스팅 커피는 처음 끓였을 때 그런 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향이 약하다는 건 부족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일반적인 로스팅 커피가 보여주는 고소한 향, 탄 향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 지점을 억지로 일반 커피의 언어("산미가 좋다", "향이 풍부하다")로 설명하지 않는 편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4. 클로로겐산,성분의 효능보다 로스팅 단서로 이해하기

저온 로스팅을 이야기할 때 클로로겐산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옵니다. 

클로로겐산은 커피 생두에 들어 있는 대표적인 성분 중 하나입니다. 한 분석 연구에 따르면 녹생두의 클로로겐산 함량이 가장 높고, 로스팅 온도가 올라갈수록 그 함량이 줄어드는 경향이 확인되었습니다 Awwad et al., 2021, Molecules 26(24):7502

비슷한 맥락에서 로스팅 온도가 높아질수록 추출 가능한 클로로겐산 농도는 감소하고, 카페인 농도는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이 여러 연구에서 보고되어 있습니다 Fuller & Rao, 2017, Scientific Reports다만 이 성분을 이야기할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클로로겐산을 특정한 건강 효과나 질병 개선과 직접 연결해서 말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입니다. 

위 연구들 역시 '로스팅 정도에 따른 성분 변화'를 측정한 것이지, 특정 건강 효능을 입증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도 클로로겐산은 효능이 아니라 "저온 로스팅과 일반 로스팅의 차이를 이해하는 성분 단서" 정도로만 다루려 합니다.

5. 160°C 이하 저온 로스팅 커피를 고를 때 보는 기준

저온 로스팅 커피를 볼 때는 일반 커피를 고르는 기준과 조금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진한 갈색인가,고소한 향이 강한가,산미가 좋은가만 보면 이 커피의 특징을 놓칠 수 있습니다.오히려 색이 너무 커피 답지 않다는 점,향이 거의 없다는 점, 따뜻할 때의 질감이 어떤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처음엔 기준이 조금 헷갈릴 수 있습니다. 우리가 커피를 고를 때 늘 향부터 맡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커피는 향보다 색을 먼저 보고, 그다음 따뜻할 때의 질감을 살피는 편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저온 로스팅 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커피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생두의 상태, 로스팅 시간, 배출 시점, 보관 방식에 따라 컵의 인상은 달라집니다. 그래서 처음 마시는 저온 로스팅 커피는 큰 용량보다 작은 용량으로 시작해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첫날,셋째 날, 일주일 뒤의 색과 향을 비교하면 봉투 설명보다 더 솔직한 답이 나옵니다.

투명한 글라스 잔과 비어커에 담긴 연한 노란빛의 저온 로스팅 커피와 원두 연출 이미지

6. 따뜻한 질감을 온전히 즐기는 저온 로스팅 커피 음용법

따뜻함이 남아있는 동안 드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처음 끓였을 때의 노란 빛, 연한 녹차 빛은 따뜻할 때 가장 맑게 느껴지고, 식어가면서 색이 짙어지고 맛도 탁해집니다.

저는 실제 소요 시간, 예: 원두 15g / 물 250ml / 92°C 물 / 30초 추출 조건으로 내렸을 때 가장 안정적인 색과 질감을 느꼈습니다. 마실 때는 먼저 색을 보고, 향을 기대하기보다 조용한 첫인상을 받아들인 뒤, 한 모금 마셨을 때 질감이 거칠지 않은지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7. 라이트 로스팅 vs 160°C 이하 저온 로스팅 비교

구분 일반 라이트 로스팅 160°C 이하 저온 로스팅
배출 온도 기준 1차 크랙(약 196~208°C) 전후 1차 크랙 이전, 160°C 이하
추출액 색 밝은 갈색 계열 노란 빛~연한 녹차 빛
산미·과일 향 등 커피 향 뚜렷 커피 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음
마이야르 반응 진행도 상당 부분 진행 초기 단계에 머무름
클로로겐산 함량 경향 중간 수준 생두에 가깝게 높은 편
첫인상 익숙한 '커피' 곡물차에 가까운 낯선 느낌

8. 자주 묻는 질문 (FAQ)

Q1. 160°C 이하 저온 로스팅도 라이트 로스팅의 한 종류인가요?

A. 넓게 보면 연한 로스팅 범주에 들어가지만, 일반적인 라이트 로스팅이 1차 크랙 전후 온도(약 196~208°C)를 지나는 것과 달리, 160°C 이하 저온 로스팅은 1차 크랙에 도달하기 전 훨씬 낮은 온도에서 배출됩니다. 그래서 색과 향에서 뚜렷한 차이가 납니다.

Q2. 왜 커피 향이 거의 나지 않나요?

A. 로스팅 중 향미 화합물 대부분은 마이야르 반응·캐러멜화가 진행되며 만들어집니다. 160°C 이하에서는 이 반응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익숙한 로스팅 향이 약하게 느껴집니다.

Q3. 클로로겐산이 몸에 좋다던데, 이 커피를 마시면 효능이 있나요?

A. 클로로겐산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되는 경향은 연구로 보고되어 있지만, 이것이 곧바로 특정 건강 효능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효능이 아니라 로스팅 정도를 이해하는 참고 지표로만 다룹니다.

Q4. 식으면 왜 색이 짙어지나요?

A. 온도가 낮아지면서 성분의 산화·결합 방식이 달라져 시각적으로 색이 진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변화가 부담스럽다면 따뜻할 때 마시는 것을 권합니다.

결론: 익숙한 기준을 비우고 만나는 새로운 커피

160°C 이하 저온 로스팅 커피는 진한 향으로 설득하는 커피가 아닙니다. 낮은 온도에서 다뤄진 원두가 보여주는 낯선 색과 조용한 질감으로 기억되는 커피에 가깝습니다.

오늘 이 커피를 마신다면 세 가지만 확인해보세요.

1. 유리잔 안의 색이 갈색 커피와 어떻게 다른지

2. 따뜻할 때 입안에 남는 질감이 거칠지 않은지

3. 식기 전과 식은 뒤의 색 인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글 요약 (Korean Summary)


160°C 이하 저온 로스팅 커피는 우리가 흔히 아는 일반적인 '라이트 로스팅(약배전)'과는 기준부터가 다른 커피입니다. 진한 갈색이나 화려한 과일 향 대신, 유리잔에 담긴 추출액은 맑은 노란빛과 연한 녹차빛을 띠며 마치 따뜻한 곡물차를 연상시킵니다. 익숙한 커피 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처음에는 낯설 수 있지만, 이는 1차 크랙(약 200°C 전후)을 유도하지 않는 낮은 온도 흐름 속에서 원두 고유의 성격을 고스란히 남겨두었기 때문입니다. 핵심 성분인 클로로겐산 역시 단순한 효능적 접근보다는 저온 로스팅을 이해하는 과학적 단서로 바라보는 것이 좋습니다. 강한 향으로 존재를 드러내기보다 맑은 색상과 조용한 질감, 그리고 식어가는 과정의 시각적 변화로 말을 거는 커피이므로, 식기 전 따뜻할 때 온전히 감각을 집중하여 즐기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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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1.Awwad, S., Issa, R., Alnsour, L., Albals, D., & Al-Momani, I. (2021). Quantification of Caffeine and Chlorogenic Acid in Green and Roasted Coffee Samples Using HPLC-DAD and Evaluation of the Effect of Degree of Roasting on Their Levels. Molecules, 26(24), 7502. https://doi.org/10.3390/molecules26247502

2.Fuller, M., & Rao, N. Z. (2017). The Effect of Time, Roasting Temperature, and Grind Size on Caffeine and Chlorogenic Acid Concentrations in Cold Brew Coffee. Scientific Reports, 7(1), 17979. https://doi.org/10.1038/s41598-017-18247-4

글쓴이 소개
mary wells garden — 저온 로스팅 기술 특허 보유자
2013년부터 160°C 이하 저온 로스팅의 효과를 독자적으로 연구해 왔으며, 관련 로스팅 기술로 특허(제10-2916444호)를 취득했습니다. 유럽 바리스타 자격증과 국내 바리스타 자격을 보유하고 있지만 바리스타로 직접 활동하지는 않고, 오직 '저온 로스팅' 한 가지 주제에만 집중해 10년 넘게 자료를 모으고 실험해 왔습니다. 이 블로그에서는 그 과정에서 쌓은 경험과 공개된 연구 자료를 근거로, 원두의 성분 변화와 항산화 성분 보존에 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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