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저온 로스팅한 커피 체프를 끓여 물 대신 모든 요리에 쓴다는 한 영양학자의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는 흥미롭게 읽고 지나쳤지만, 유기농 생두를 로스팅한 뒤 체프를 모아 버리다 보니 그 이야기가 자꾸 떠올랐다. 그냥 버리기에는 아까운 이 얇은 껍질, 다른 곳에서는 어떻게 쓰고 있을까?
찾아보니 실버스킨에서도 식이섬유와 단백질 같은 영양성분이 확인됐다. 밀가루 일부를 실버스킨으로 바꿔 비건 비스킷을 만든 연구도 있었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성분 목록보다, 이 껍질을 어떻게 먹을 수 있는 원료로 바꾸었느냐는 점이었다.
저온 로스팅 후 작업장에서 실제로 분리한 커피 체프
이 글의 연구 자료와 외부 링크는 2026년 10월 12일 기준으로 확인했습니다. 특정 제품이나 식품의 건강 효과를 평가하는 글은 아닙니다.
커피 체프란? 실버스킨·카스카라·커피찌꺼기의 차이
커피 체프(chaff)는 로스팅 중에 생두에서 떨어져 나오는 은피, 즉 실버스킨(silverskin)이다. 생두 표면을 감싸고 있던 막이 열을 받으면서 벗겨져 나온다.
커피 부산물 자료를 찾아보면 비슷한 이름이 여럿 나온다. 무엇이 어느 단계에서 나오는지부터 구분해 두면 자료를 읽기가 한결 쉽다.
| 구분 | 나오는 단계 | 형태 |
|---|---|---|
| 실버스킨(은피, 체프) | 로스팅 중 생두에서 분리 | 얇고 가벼운 막 |
| 카스카라 | 커피 열매 가공 단계 | 열매의 껍질과 과육을 말린 것 |
| 커피찌꺼기 | 커피 추출 후 | 분쇄 원두에서 커피를 뽑고 남은 것 |
셋 다 커피에서 나왔지만 원료로서는 서로 다르다. 커피찌꺼기를 활용한 사례를 볼 때 실버스킨 이야기와 따로 읽어야 하는 것도 그래서다.
실버스킨 영양성분, 식이섬유가 약 56%?
내 눈에는 그저 얇은 막으로만 보였는데, 분석표를 보니 식이섬유가 절반을 넘었다.
Costa 등이 2018년 Food Chemistry에 발표한 연구에서 실버스킨 시료의 총 식이섬유는 56.4%로 분석됐다. 그중 불용성이 49.1%, 수용성이 7.3%로, 식이섬유의 약 87%가 불용성이었다. 단백질과 무기질(회분)도 적지 않은 비중으로 측정됐다.
| 성분 | 함량 (Costa 등, 2018) |
|---|---|
| 총 식이섬유 | 56.4% |
| 불용성 식이섬유 | 49.1% |
| 수용성 식이섬유 | 7.3% |
| 단백질 | 18.8% |
| 회분(무기질) | 8.34% |
| 카페인 | 1.25% |
| 클로로겐산 | 0.25% |
연구자들이 실버스킨을 식이섬유 원료 후보로 다루는 배경이 이 숫자에 있다. 다만 이 값은 품종과 가공 조건에 따라 차이가 난다. 뒤에서 소개할 Cantele 등의 연구에 쓰인 세 시료는 식이섬유가 100g당 57~58g 범위였다.
식품 원료로 볼 때는 영양소만 볼 수도 없다. 표에서처럼 카페인과 클로로겐산도 함께 들어 있고, 2014년 Martinez-Saez 등이 실버스킨으로 음료를 만든 연구에서도 이 두 성분의 함량을 함께 분석했다.
실버스킨 비스킷 연구, 밀가루 2·4·6%를 바꿔 보니?
Cantele 등의 2022년 연구에서는 밀가루의 4%를 디카페인 실버스킨으로 바꾼 비건 비스킷이 가장 유망한 배합으로 제시됐다.
연구진은 커피 회사에서 제공받은 실버스킨 세 종류를 썼다. 아라비카, 로부스타, 그리고 두 품종을 섞어 초임계 이산화탄소로 카페인을 제거한 혼합 시료다. 각 시료로 밀가루의 2%, 4%, 6%를 대체하고, 실버스킨을 넣지 않은 비스킷과 비교했다.
실버스킨을 비스킷 재료로 준비한 방법
먼저 실버스킨을 입자 크기 80μm, 즉 0.08mm 미만의 고운 가루로 갈았다. 우리 작업장에서 날리던 그 가벼운 껍질이 반죽에 들어가기까지, 가루로 만드는 단계가 따로 있었던 셈이다.
4%라는 숫자도 기준을 알고 읽어야 한다. 이 비율은 반죽 전체가 아니라 밀가루 양을 기준으로 잡은 값이다.
| 배합 | 밀가루 | 실버스킨 |
|---|---|---|
| 0% (대조군) | 420g | 0g |
| 2% | 411.6g | 8.4g |
| 4% | 403.2g | 16.8g |
| 6% | 394.8g | 25.2g |
귀리 우유, 설탕, 마가린, 베이킹파우더, 소금 양은 모든 배합에서 같다.
소비자 48명의 평가
21~65세 일반 소비자 48명이 외관, 향, 맛, 식감, 종합 기호도를 9점 척도로, 구매 의향을 7점 척도로 평가했다. 결과는 항목마다 앞선 배합이 달랐다.
| 평가 항목 | 평균이 가장 높은 배합 | 평균 점수 |
|---|---|---|
| 종합 기호도 | 디카페인 2% | 7.33 / 9 |
| 식감 | 디카페인 4% | 7.67 / 9 |
| 구매 의향 | 디카페인 4% | 5.75 / 7 |
반대로 아라비카 실버스킨을 넣은 비스킷은 대체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고, 로부스타는 대조군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 연구에서 내가 눈여겨본 것은 '얼마나 많이 넣을까'보다 '어떤 원료를 어떻게 준비하고, 무엇으로 평가할까'였다. 디카페인 시료는 두 품종을 섞은 것이라, 좋은 평가가 카페인 제거 하나에서 왔다고 보기도 어렵다. 연구진 역시 두 품종을 섞으면서 불쾌한 향 성분이 누그러졌을 가능성을 함께 언급했다.
결국 실버스킨을 식품에 쓰려면 원료의 위생과 안전 관리에 더해 입자 크기, 배합 비율, 맛과 식감까지 하나씩 맞춰 봐야 한다.
실버스킨 활용, 음료와 포장 소재에서는 어떻게 다를까?
실버스킨은 음료에서는 추출액으로, 비스킷에서는 가루로, 포장재와 흡착 소재에서는 가공 원료로 쓰였다.
| 활용 분야 | 다루는 방식 | 연구 |
|---|---|---|
| 음료 | 추출액을 음료로 제조 | Martinez-Saez 등 (2014) |
| 비스킷 | 곱게 갈아 밀가루 일부 대체 | Cantele 등 (2022) |
| 포장 소재 | 고분자와 혼합, 셀룰로오스 추출 | 황지현·김도완 (2024) 총설 |
| 흡착 소재 | 열분해로 바이오차 제조 | del Pozo 등 (2021) |
앞서 언급한 Martinez-Saez 등의 2014년 연구는 실버스킨으로 음료를 만드는 조건을 최적화하고, 완성된 음료의 성분과 관능적 특성을 평가했다. 비스킷에는 실버스킨 가루를 그대로 배합했지만, 음료에서는 우려낸 추출액을 썼다.
처음에 떠올린 칼럼 속 '체프 끓인 물'도 방식으로 보면 이 추출에 가깝다. 다만 연구진은 추출 조건을 하나하나 맞춘 뒤, 그 결과를 성분 분석과 맛 평가로 검증했다.
식품 밖으로 나가면 연구자들이 주목하는 지점도 바뀐다. 2024년 한국포장학회지에 실린 황지현·김도완의 총설은 실버스킨을 고분자와 섞어 복합소재를 만드는 연구와, 실버스킨에서 셀룰로오스를 뽑아 쓰는 연구를 정리했다. 여기서 실버스킨은 포장재의 일부를 이루는 원료로 다뤄진다.
del Pozo 등의 2021년 연구는 실버스킨을 아예 다른 물질로 바꿨다. 실버스킨을 280°C, 400°C, 500°C에서 천천히 열분해해 바이오차를 만들고, 물에 녹은 염료인 메틸렌블루와 메틸오렌지를 흡착하는 실험을 했다. 400°C에서 만든 바이오차가 메틸렌블루를 98%까지 제거해 세 조건 중 가장 높았다. 이때의 열분해는 소재를 만들기 위한 공정으로, 원두를 볶는 로스팅과는 목적부터 다르다.
저온 로스팅 작업장의 커피 체프, 지금은 어떻게 처리할까?
우리 작업장의 체프는 세 단계에 걸쳐 걸러진 뒤 외부 함에 모였다가, 쓰레기봉투에 담겨 버려진다.
체프는 로스팅하는 동안 한 번, 원두를 식히는 냉각 과정에서 또 한 번 떨어져 나온다. 마지막으로 체프 전문 분리기에 원두를 한 번 더 돌리는데, 가장 많은 체프가 이때 나온다.
공정이 이루어지는 룸마다 집진기가 설치되어 있어, 분리기에서 나온 체프와 교차 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미세한 먼지까지 집진 설비 아래로 연결된 관을 따라 작업장 밖 함으로 강하게 빨려 들어간다.
각 룸의 집진 설비와 관으로 연결된 작업장 외부 체프 함
함이 차면 50리터 쓰레기봉투에 나누어 옮겨 담아 버린다. 사진을 찍으러 간 날은 직원이 이미 함을 말끔히 비우고 청소해 둔 뒤라, 바닥에 체프가 조금만 남아 있었다.
청소 후 외부 함 바닥에 남아 있던 체프
맨 위의 사진은 유기농 생두를 저온 로스팅한 뒤 우리 작업장에서 실제로 분리한 체프다. 늘 원두 상태는 꼼꼼히 살피면서도, 정작 원두에서 떨어져 나온 이 막은 치워야 할 것으로만 여겼다. 그런데 비스킷과 음료 연구를 읽고 나니, 매일 보던 체프가 조금 다르게 보였다.
다만 우리 체프의 성분을 따로 분석한 적은 없어서, 색만 보고 함량을 짐작하지는 않으려 한다. 이 글에서 저온 로스팅은 실버스킨에 관심을 갖게 된 작업장의 배경이다.
원두의 색과 향은 이전 글에서 다뤘으니, 이번에는 원두에서 떨어져 나온 쪽으로 눈을 돌려 봤다.
커피 체프(실버스킨)가 식품 원료로 연구되는 이유는?
커피 체프는 로스팅에서 꾸준히 나오는 부산물이면서 식이섬유가 절반을 넘기 때문에, 버리지 않고 쓸 방법을 찾는 연구 대상이 됐다.
양부터 적지 않다. del Pozo 등은 2021년 연구에서 로스팅 공정의 거의 유일한 폐기물인 실버스킨이 전 세계에서 한 해 약 7,600만kg 나온다고 추산했다. 여기에 Costa 등이 분석한 식이섬유 56.4%라는 값이 더해지고, 음료와 비스킷, 포장재로 이어진 활용 연구가 쌓이면서 실버스킨은 버리는 껍질에서 검토해 볼 원료가 됐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도 분명하다. 비스킷 연구의 폴리페놀 결과는 시험관에서 소화를 재현한 실험이었고, Martinez-Saez 등의 음료 연구에서 체지방 관련 실험은 예쁜꼬마선충이라는 작은 생물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글에서 소개한 연구 가운데 사람이 먹었을 때의 효과를 살펴본 연구는 없었다.
그래서 앞으로 '커피 실버스킨 함유' 같은 문구를 보게 되면, 그 근거가 시험관이나 동물 실험 단계인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인지부터 확인해 볼 만하다. 원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는 사실과 제품의 효과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우리는 원두에서 체프가 잘 분리됐는지만 확인하고 버렸는데, 연구자들은 그다음 쓰임을 찾고 있었다. 성분을 분석하고, 원료로 가공하고, 완성된 제품을 평가하는 과정을 따라 읽으니 껍질을 모아 두는 것만으로는 원료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 같은 유기농 생두에서 나온 이 얇은 막을, 이제는 이름과 쓰임을 알고 바라보게 됐다.
자주 묻는 질문
Q1. 로스팅하고 나온 커피 체프, 먹거나 끓여 마셔도 될까?
이 글에서 소개한 비스킷 연구는 커피 회사에서 받은 실버스킨을 80μm 미만으로 곱게 갈아, 정해진 비율로만 넣었다. 로스터 주변에서 모은 체프는 먼지나 이물이 섞일 수 있고 식품 원료로 관리된 상태가 아니므로, 그대로 먹거나 음식에 넣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끓여서 우려 마시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실버스킨에는 카페인도 들어 있어, 집에서 우린 물에 얼마나 녹아 나왔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안전성 자료도 아직 쌓이는 중이다. 2022년 Lorbeer 등이 발표한 독성 검토에서는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실버스킨의 독성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정리했다. 다만 일부 연구에서 납과 곰팡이독소인 오크라톡신 A가 곡류·커피 기준치를 넘는 값으로 보고돼, 원료를 꾸준히 점검해야 한다고 짚었다. 같은 논문은 EU에서 실버스킨이 판매 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신규식품으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식품에 쓰려면 원료 단계부터 별도의 위생·안전 관리가 필요하다.
Q2. 실버스킨에도 카페인이 있을까?
있다. Cantele 등의 2022년 연구에서 측정한 실버스킨 100g당 카페인은 아라비카 0.65g, 로부스타 1.03g이었고, 카페인을 제거한 혼합 시료는 0.03g이었다. Costa 등의 2018년 분석에서는 1.25%로 나왔다. 품종과 가공 방식에 따라 차이가 크다.
Q3. 커피 체프와 커피찌꺼기는 같은 것일까?
다르다. 체프는 로스팅 중 생두에서 떨어지는 실버스킨이고, 커피찌꺼기는 원두를 갈아 커피를 추출하고 남은 것이다. 나오는 단계와 성분이 달라 활용 연구도 따로 진행된다. 황지현·김도완의 2024년 총설도 두 부산물을 나눠서 정리했다.
참고한 연구 (References)
Costa, A. S. G., Alves, R. C., Vinha, A. F., et al. (2018). Nutritional, chemical and antioxidant/pro-oxidant profiles of silverskin, a coffee roasting by-product. Food Chemistry, 267, 28–35.
https://doi.org/10.1016/j.foodchem.2017.03.106 · PubMed 초록
Martinez-Saez, N., Ullate, M., Martin-Cabrejas, M. A., et al. (2014). A novel antioxidant beverage for body weight control based on coffee silverskin. Food Chemistry, 150, 227–234.
https://doi.org/10.1016/j.foodchem.2013.10.100 · PubMed 초록
Cantele, C., Tedesco, M., Ghirardello, D., Zeppa, G., & Bertolino, M. (2022). Coffee Silverskin as a Functional Ingredient in Vegan Biscuits: Physicochemical and Sensory Properties and In Vitro Bioaccessibility of Bioactive Compounds. Foods, 11(5), 717.
https://doi.org/10.3390/foods11050717 · PMC 공개 원문
Lorbeer, L., Schwarz, S., Franke, H., & Lachenmeier, D. W. (2022). Toxicological Assessment of Roasted Coffee Silver Skin (Testa of Coffea sp.) as Novel Food Ingredient. Molecules, 27(20), 6839.
https://doi.org/10.3390/molecules27206839 · PMC 공개 원문
황지현, 김도완 (2024). 커피 은피와 커피찌꺼기를 활용한 지속가능한 포장소재 개발을 위한 연구동향. 한국포장학회지, 30(1), 1–14.
https://doi.org/10.20909/kopast.2024.30.1.1
del Pozo, C., Rego, F., Yang, Y., Puy, N., Bartrolí, J., Fàbregas, E., & Bridgwater, A. V. (2021). Converting coffee silverskin to value-added products by a slow pyrolysis-based biorefinery process. Fuel Processing Technology, 214, 106708.
https://doi.org/10.1016/j.fuproc.2020.106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