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쯤 전, 지금 작업장으로 옮기기 전의 일입니다. 오후 택배를 막 내보내고 한숨 돌리던 참에 한 손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받아 보니 봉투가 너무 납작해서 처음엔 공기가 다 빠진 줄 알았다고 하셨습니다. 주문한 원두 봉투가 하나도 부풀지 않았는데, 혹시 오래된 원두가 아니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손님 말씀도 이해가 갔습니다. 볶은 지 얼마 안 된 원두는 봉투가 빵빵하게 부푼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셨을 테니까요.
저는 원두 봉투에 달린 작은 밸브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우리처럼 낮은 온도에서 볶은 원두는 왜 가스가 거의 나오지 않는지를 한참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게 한참 설명드리고 전화를 끊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날 문의 고객에게 설명드렸던 내용을, 이번에는 연구 자료로 하나씩 따져 보려 합니다. 원두에서 나오는 가스는 무엇이고, 언제 생기며, 봉투가 부풀지 않는 원두는 정말 오래된 원두일까요?
1차 크랙 없이 볶은 원두에서는 무엇이 달라지는지까지, 연구 자료와 우리 작업장의 경험을 이어 가며 짚어 보겠습니다.
우리 작업장의 저온 로스팅 분쇄 원두 커피백 개별 포장
이 글의 연구 자료와 외부 링크는 2026년 10월 21일 기준으로 확인했습니다. 특정 원두 제품이나 포장재를 평가하는 글은 아닙니다.
커피 원두 가스는 무엇일까? 원두 속 이산화탄소의 정체
작업장에 들른 지인이 진열해 둔 납작한 봉투를 손으로 눌러 보더니 "이거 진공 포장이에요?" 하고 물었습니다. 진공 포장은 아니라고 하자 고개를 갸웃했지요.
그날 손님의 질문도, 지인의 질문도 따라가 보면 맨 처음 풀어야 할 물음은 같습니다. 봉투를 부풀리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요?
볶은 원두에서 나오는 가스의 대부분은 로스팅 중에 원두 안에서 만들어진 이산화탄소입니다.
2018년 Smrke 등이 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에 발표한 연구는 원두에서 가스가 빠져나가는 과정을 무게 변화로 추적했습니다.
연구진이 정리한 내용을 보면, 이 가스는 로스팅 중 갈변 반응인 마이야르 반응과 캐러멜화, 그리고 열에 의한 분해 과정에서 생깁니다. 원두를 갈 때 나오는 가스를 분석한 이전 연구에서는 약 87%가 이산화탄소였고, 일산화탄소와 질소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갓 볶은 원두 무게의 약 1~2%가 이산화탄소라는 보고도 함께 소개됐습니다.
연구진은 이 가스를 단순한 부산물로 보지 않았습니다. 원두의 신선도를 가늠하는 지표이고, 포장 안에서 원두를 감싸는 보호 공기층이 되며, 추출 과정과 에스프레소 크레마에도 관여한다고 정리했습니다.
봉투의 모양, 드립할 때 부풀어 오르는 가루, 에스프레소 위의 거품이 사실은 모두 같은 가스에서 나온 모습이라는 뜻입니다. 이 글 전체가 이 한 가지 가스를 따라가는 이야기입니다.
원두 가스는 몇 도에서 생길까? 160°C, 180°C, 200°C의 차이
우리는 원두를 160°C 이하에서 볶아 배출합니다. 2013년 저온 로스팅을 막 연구하기 시작했을 무렵, 일반 로스팅을 하는 동료의 작업장을 찾아간 일이 있습니다.
로스터 안에서 팝콘 터지듯 "타닥, 타닥" 하는 1차 크랙 소리가 이어지는 걸 들으며, 우리 로스터에서는 들을 일이 없는 소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소리가 나는 온도와 우리가 멈추는 온도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 원두 가스를 공부할수록 분명해졌습니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만드는 반응은 약 180°C부터 시작되고, 원두가 부풀며 터지는 1차 크랙은 200°C 가까이에서 일어납니다. 160°C 이하에서 로스팅을 마치면 두 단계 모두에 이르기 전에 멈추게 됩니다.
2005년 Geiger 등의 연구는 로스팅 중에 나오는 이산화탄소와 수증기를 직접 측정해, 이산화탄소와 수분을 많이 만들어 내는 반응이 약 180°C부터 시작된다고 보고했습니다.
2017년 Fadai 등이 International Journal of Heat and Mass Transfer에 발표한 로스팅 모델 연구는 그다음 단계를 다뤘습니다.
원두 온도가 200°C 가까이 오르면 원두가 스스로 열을 내는 반응이 시작되고, 1차 크랙은 이 단계의 어느 시점에 일어납니다. 이때 생긴 이산화탄소 때문에 원두는 한 번 더 부피가 커집니다.
| 원두 온도 | 이 구간에서 일어나는 일 | 근거 |
|---|---|---|
| 160°C 이하 | 우리 작업장의 로스팅 종료 구간 | 작업장 기준 |
| 약 180°C | 이산화탄소와 수분을 많이 만드는 반응이 시작됨 | Geiger 등, 2005 |
| 200°C 가까이 | 원두가 스스로 열을 내기 시작하고 1차 크랙이 일어남, 이산화탄소로 원두가 더 부풂 | Fadai 등, 2017 |
여기서 하나 더 짚을 것이 있습니다. "낮은 온도에서 오래 볶으면 결국 가스가 쌓이지 않을까?" 하는 물음입니다.
Geiger 등은 높은 온도에서 짧게 볶은 원두와 낮은 온도에서 길게 볶은 원두를 같은 정도로 맞춘 뒤 63일 동안 비교했는데, 가스가 나오는 속도는 달랐어도 빠져나온 이산화탄소의 총량은 같았습니다.
Smrke 등도 로스팅 속도보다 로스팅 정도가 가스 양에 더 큰 영향을 준다고 보고했습니다.
두 연구를 나란히 놓고 보면, 가스의 양을 정하는 것은 볶은 시간이 아니라 원두가 어느 온도와 어느 정도까지 갔느냐입니다. 그렇다면 오래 볶더라도 180°C 문턱을 넘지 않은 원두에는 가스를 많이 만들 반응 자체가 일어날 기회가 적다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우리 원두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직접 측정한 적은 없지만, 매일 보는 납작한 봉투는 이 추론과 잘 맞아떨어집니다.
진하게 볶을수록 원두 가스가 많을까? 봉투 한 개에 담긴 가스의 양
카페를 하는 후배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진하게 볶은 원두를 밸브 없는 지퍼백에 담아 두었더니, 다음 날 아침 봉투가 터질 듯 부풀어 있었다는 겁니다.
손님이 말씀하신 "갓 볶은 원두는 봉투가 빵빵하다"는 이야기는 절반만 맞습니다. 같은 날 볶은 원두라도 얼마나 진하게 볶았느냐에 따라 봉투 안에 차는 가스의 양이 몇 배씩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Smrke 연구진의 측정에서 진하게 볶은 통원두는 연하게 볶은 원두보다 3배 이상 많은 이산화탄소를 내보냈습니다.
연구진은 아라비카 원두를 여러 정도로 볶은 뒤, 통원두 상태로 35°C에서 최소 400시간(약 17일) 동안 무게가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쟀습니다. 이 숫자만으로는 실감이 잘 나지 않아서, 흔히 파는 200g 원두 봉투 하나에 담았다고 가정하고 제가 직접 환산해 봤습니다.
이산화탄소는 상온에서 1L에 약 1.8g이 나가는 기체라는 점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 로스팅 정도 | 원두 1g당 빠져나온 이산화탄소 | 200g 봉투로 환산한 가스 부피 |
|---|---|---|
| 연한 로스팅 | 약 2.5~2.8mg | 약 0.3L (종이컵 한 개 반 정도) |
| 중간 로스팅 | 약 4.7~6.6mg | 약 0.5~0.7L |
| 진한 로스팅 | 약 8.5~11.9mg | 약 0.9~1.3L (1.5L 생수병의 절반 이상) |
원두 1g당 측정값은 Smrke 등(2018), 부피는 필자가 상온 기준으로 계산한 추정치
실험 기간인 약 17일 동안 진하게 볶은 원두 200g이 1.5L 생수병의 절반을 훌쩍 넘는 가스를 내놓는다고 생각하면, 밸브 없이 밀봉한 봉투가 왜 빵빵해지다 못해 터질 수도 있는지 금방 이해가 됩니다.
반대로 연한 로스팅은 같은 기간에 종이컵 한 개 반 정도의 가스가 나뉘어 나오는 수준입니다. 실험은 가스가 빨리 빠지도록 35°C에서 진행됐으니, 서늘한 실온에서는 같은 양이 더 오랜 기간에 걸쳐 나온다고 보면 됩니다.
2014년 Wang과 Lim의 연구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원두가 짙어질수록 원두 안에 남아 있는 이산화탄소가 많아졌고, 이 관계는 중간보다 조금 진한 로스팅까지 이어지다가 아주 진한 로스팅에서는 반대로 바뀌었습니다.
연하게 볶은 원두는 양이 적을 뿐 아니라 천천히 나오기도 해서, Smrke 연구진이 800시간까지 지켜본 연한 로스팅 원두는 볶은 지 한 달이 지나서도 조금씩 가스를 내고 있었습니다.
가스가 조금씩 오래 새어 나오니, 연하게 볶은 원두일수록 봉투 모양만 보고 볶은 날짜를 짐작하기가 그만큼 까다로워집니다.
1차 크랙이 없으면 무엇이 달라질까? 저온 로스팅 원두에서 보이지 않는 네 가지
우리 원두는 볶는 동안 1차 크랙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원두가 그 단계에 이르기 전에 로스팅을 마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커피를 자주 내려 보신 분들께 익숙한 몇 가지 모습이 우리 원두에서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1차 크랙 전에 로스팅을 마친 원두는 가스가 적게 만들어질 뿐 아니라, 가스가 머물고 빠져나갈 원두 속 빈 공간도 작게 남습니다.
2000년 Schenker 등의 연구는 같은 정도로 볶은 원두라도 높은 온도에서 볶은 원두가 낮은 온도에서 볶은 원두보다 부피가 크고, 원두 속 빈 공간도 더 많고 컸다고 보고했습니다.
연구진은 이 빈 공간의 구조가 로스팅과 보관 중에 가스와 수분이 드나드는 흐름을 좌우한다고 설명했습니다. 1차 크랙 무렵 원두가 부풀어 오르면서 이 빈 공간도 넓어진다고 보면, 그 단계를 거치지 않은 원두는 가스를 만드는 쪽과 내보내는 쪽 모두에서 조용한 편일 것입니다.
이 두 가지가 겹친 결과가 아래 네 가지 모습이라고 봅니다.
| 눈에 보이는 모습 | 일반적인 원두 | 우리 저온 로스팅 원두 |
|---|---|---|
| 원두 봉투 | 볶은 뒤 가스가 계속 나와 밸브가 필요함 | 밸브 없는 봉투에서도 납작함 |
| 핸드드립 뜸 들이기 | 물이 닿으면 가루가 부풀어 오름 | 부풀어 오르지 않음 |
| 에스프레소 크레마 | 이산화탄소가 거품을 이룸 | 크레마가 생기지 않음 |
| 볶은 뒤 숙성 기간 | 며칠 두어 가스를 빼고 마시기도 함 | 따로 두지 않음 |
핸드드립을 즐기는 친구가 처음 우리 원두로 커피를 내리던 날, 드리퍼 사진을 찍어 보내며 "뜸을 들이는데 왜 하나도 안 부풀어?" 하고 물어 왔습니다. 평소 마시던 원두는 물을 붓자마자 가루가 봉긋하게 솟아올랐다고요.
그 친구에게 해 준 설명은 이렇습니다. 드립할 때 처음 물을 조금 붓고 기다리는 이유는, 원두 속 가스를 먼저 빼내 그다음 붓는 물이 가루와 고르게 닿게 하려는 것입니다.
앞의 가스 측정 연구에서도 이산화탄소가 추출 과정에 영향을 준다고 정리했습니다. 가스가 거의 없는 원두라면 이 단계가 해야 할 일 자체가 줄어듭니다.
우리 원두로 뜸을 들여도 가루가 부풀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며, 뜸 시간을 길게 잡을 이유도 그만큼 줄어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쓰는 분들께서는 크레마 이야기를 자주 꺼내십니다. 크레마도 같은 가스와 이어져 있습니다.
2011년 Illy와 Navarini가 Food Biophysics에 정리한 리뷰에서, 에스프레소 크레마의 거품을 이루는 기체는 주로 로스팅 중에 생겨 원두 세포 속에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였습니다.
리뷰에 소개된 연구들에서는 진하게 볶을수록 거품의 양이 늘었고, 거품의 양은 원두 속 이산화탄소의 양과 밀접하게 움직였습니다. 저자들은 거품이 만들어지는 자세한 과정은 아직 실험으로 더 확인해야 할 가설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들을 이어 보면, 크레마는 원두의 품질 점수라기보다 원두 안에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보여 주는 모습에 가깝습니다. 1차 크랙 전에 로스팅을 마친 우리 원두에서 크레마가 생기지 않는 것도 이 흐름으로 설명됩니다.
원두를 볶고 며칠 두었다가 마시라는 이야기도 들어 보셨을 겁니다. 가스가 어느 정도 빠지고 향이 자리를 잡기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커피 업계에서는 이 과정을 흔히 디개싱(degassing)이라고 부릅니다.
우리 원두는 빼낼 가스가 많지 않고 진한 로스팅 향이 만들어지는 단계까지 가지 않기 때문에, 이 기간을 따로 두지 않습니다. 손님들에게서 볶고 며칠 뒤에 마셔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도 없습니다.
원두 봉투의 아로마 밸브는 왜 붙어 있을까? 가스가 적은 원두의 보관
우리 원두 봉투에는 밸브가 달려 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봉투는 늘 납작합니다. 밸브가 하는 일을 알고 나면 이 두 가지가 왜 함께 갈 수 있는지 보입니다.
원두 봉투의 작은 동그란 밸브는 안에서 생긴 가스는 밖으로 내보내고, 바깥 공기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일방향 밸브입니다.
원두를 볶자마자 꽉 밀봉하면, 원두에서 계속 나오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봉투가 부풀다가 심하면 터질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구멍을 뚫어 두면 산소가 들어와 원두가 쉽게 산패합니다.
이 두 문제를 한 번에 풀려고 나온 것이 일방향 밸브입니다. 업계 매체 Global Coffee Report는 이탈리아 포장재 회사 Goglio가 1960년대에 이 밸브를 내놓았다고 소개했습니다.
앞에서 계산한 것처럼 진하게 볶은 원두 200g이 1L 안팎의 가스를 내놓는다면, 밸브는 그 가스를 처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장치입니다. 가스가 거의 나오지 않는 원두라면 밸브가 처리할 일도 거의 남지 않습니다.
그런데 가스에는 좋은 면도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가스 측정 연구진은 원두에서 나오는 가스가 포장 안에서 원두를 감싸는 보호 공기층을 만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점을 뒤집어 보면, 가스가 적은 원두는 이 보호층을 스스로 만들지 못한다는 뜻이 됩니다.
그래서 가스가 적은 원두일수록 공기와 닿는 시간을 줄이는 보관이 더 중요해진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마실 만큼씩 나눠 담은 개별 포장이나, 개봉한 뒤 공기를 빼고 단단히 밀봉하는 습관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저도 집에서는 개별 포장을 하나씩 뜯어 바로 내려 마시고, 큰 봉투는 열 때마다 공기를 꾹 눌러 빼고 닫습니다.
Schenker 등의 연구처럼 낮은 온도에서 볶은 원두의 빈 공간이 작다면 바깥 공기가 원두 안으로 스며드는 속도도 느릴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지만, 이 부분은 아직 직접 확인한 연구를 찾지 못했습니다.
봉투가 부풀지 않으면 오래된 원두일까? 원두 가스로 신선도를 볼 때
그날 손님이 가장 걱정하신 것도 결국 "오래된 원두가 아니냐"였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연구들을 한데 모으면, 이 질문에 꽤 분명하게 답할 수 있습니다.
봉투가 부푼 정도로 신선도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은 같은 정도로 볶은 통원두를 같은 방식으로 포장했을 때뿐이고, 그 밖의 경우에는 로스팅 정도와 온도, 분쇄 여부, 포장 방식이 봉투 모양을 더 크게 좌우합니다.
| 봉투 모양에 영향을 주는 것 | 연구에서 확인된 내용 |
|---|---|
| 로스팅 온도 | 약 180°C부터 이산화탄소를 많이 만드는 반응이 시작되고, 1차 크랙은 200°C 가까이에서 일어남 |
| 로스팅 정도 | 진하게 볶을수록 가스가 많고, 연하게 볶을수록 적고 천천히 나옴 |
| 통원두인지 분쇄 원두인지 | 갓 볶은 원두를 갈면 갇혀 있던 가스의 최대 75%가 90초 안에 빠져나감 |
| 아로마 밸브가 있는지 | 밸브가 있으면 넘치는 가스가 빠져나가 봉투가 크게 부풀지 않음 |
| 볶은 뒤 지난 시간 | 가스는 며칠에서 몇 주에 걸쳐 천천히 빠져나감 |
Geiger 등(2005), Fadai 등(2017), Smrke 등(2018)의 연구 내용을 정리
봉투가 부풀지 않았다면, 오래됐는지를 걱정하기 전에 로스팅 날짜가 적혀 있는지, 얼마나 볶은 원두인지, 분쇄된 원두인지, 밸브가 달려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반대로 봉투가 잔뜩 부풀어 있다면, 신선하다는 신호이기 전에 진하게 볶은 원두라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원두처럼 1차 크랙 전에 로스팅을 마친 원두라면 봉투 모양보다 로스팅 날짜를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그날 전화를 주신 손님께 지금 다시 설명드린다면, 봉투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뜸을 들여도 가루가 부풀지 않고, 에스프레소로 내려도 크레마가 생기지 않는 것까지 모두 한 뿌리에서 나온 모습이라고요.
180°C에도, 1차 크랙에도 이르기 전에 로스팅을 마치니 원두 안에 가스가 쌓일 일 자체가 적었던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핸드드립을 할 때 원두가 부풀어 오르는 것도 같은 가스인가요?
대부분 같은 이산화탄소입니다. 뜨거운 물이 닿으면 원두 안에 갇혀 있던 가스가 한꺼번에 빠져나오면서 가루가 부풀어 오릅니다.
2018년 가스 측정 연구진은 여기에 더해, 커피 속 산 성분이 물에 녹아 있는 탄산수소 이온과 만나 추출 중에 이산화탄소가 새로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원두라도 물에 따라 거품이 아주 조금 생길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Q2. 분쇄 원두 봉투는 왜 통원두보다 덜 부풀까요?
원두를 가는 순간 가스가 대부분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같은 연구에서 갓 볶은 원두를 갈자 원두 안에 갇혀 있던 가스의 최대 75%가 90초 안에 빠져나왔습니다.
연구진은 원두 속 작은 공간들이 분쇄로 부서지면서 가스를 붙잡아 둘 곳이 사라진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Q3. 크레마가 생기지 않으면 오래된 원두인가요?
같은 정도로 볶은 원두끼리라면 크레마가 줄어드는 것은 가스가 빠졌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Illy와 Navarini의 리뷰에 소개된 연구에서도 분쇄한 커피를 하루 동안 공기 중에 두자 거품의 양이 크게 줄었습니다.
하지만 로스팅 정도가 다르면 처음부터 만들어지는 가스의 양이 다르기 때문에, 크레마만으로 서로 다른 원두의 신선도를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우리 원두처럼 1차 크랙 전에 로스팅을 마친 원두는 갓 볶았어도 크레마가 생기지 않습니다.
Q4. 아로마 밸브가 없는 원두 봉투는 품질이 떨어지나요?
밸브의 역할은 봉투 안에 가스가 쌓여 생기는 압력을 빼 주는 것입니다. 밸브가 꼭 필요한지는 결국 그 원두에서 가스가 얼마나 나오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가스가 많이 나오는 원두를 통원두로 밀봉할 때는 밸브가 중요하고, 가스가 적은 원두나 이미 가스가 빠진 분쇄 원두라면 역할이 줄어듭니다. 밸브가 있는지 없는지보다, 로스팅 날짜와 밀봉 상태를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참고한 자료 (References)
Schenker, S., Handschin, S., Frey, B., Perren, R., & Escher, F. (2000). Pore Structure of Coffee Beans Affected by Roasting Conditions. Journal of Food Science, 65(3), 452–457.
https://doi.org/10.1111/j.1365-2621.2000.tb16026.x
Geiger, R., Perren, R., Kuenzli, R., & Escher, F. (2005). Carbon Dioxide Evolution and Moisture Evaporation During Roasting of Coffee Beans. Journal of Food Science, 70(2).
https://doi.org/10.1111/j.1365-2621.2005.tb07084.x
Fadai, N. T., Melrose, J., Please, C. P., Schulman, A., & Van Gorder, R. A. (2017). A heat and mass transfer study of coffee bean roasting. International Journal of Heat and Mass Transfer, 104, 787–799.
https://doi.org/10.1016/j.ijheatmasstransfer.2016.08.083
Smrke, S., Wellinger, M., Suzuki, T., Balsiger, F., Opitz, S. E. W., & Yeretzian, C. (2018). Time-Resolved Gravimetric Method To Assess Degassing of Roasted Coffee. 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 66, 5293–5300.
https://doi.org/10.1021/acs.jafc.7b03310
Illy, E., & Navarini, L. (2011). Neglected Food Bubbles: The Espresso Coffee Foam. Food Biophysics, 6(3), 335–348.
https://doi.org/10.1007/s11483-011-9220-5
Wang, X., & Lim, L.-T. (2014). A Kinetics and Modeling Study of Coffee Roasting Under Isothermal Conditions. Food and Bioprocess Technology, 7, 621–632.
https://doi.org/10.1007/s11947-013-1159-8
Global Coffee Report (2012). Goglio leads the pack: a history of innovation in packag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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