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페인 원두도 저온 로스팅이 가능할까? 카페인 제거 후 달라지는 로스팅 조건

가끔 작업장으로 이런 전화가 옵니다. "디카페인 원두도 저온 로스팅으로 볶아 주실 수 있나요?"

우리는 디카페인 원두를 만들지 않습니다. 우리 제품이 가는 방향과 맞지 않았고, 문의도 사업으로 검토할 만큼 많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동안은 "디카페인은 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하고 전화를 끊곤 했습니다.

그런데 전화를 끊고 나면 질문이 남았습니다. 카페인을 빼낸 생두는 일반 생두와 무엇이 다를까? 낮은 온도로 오래 볶는 방식이 그 생두에도 통할까? 직접 볶아 본 적이 없으니 답할 수 없었고, 이번에는 연구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이 글에서는 디카페인 처리가 생두에 남기는 변화와, 그 변화가 로스팅에 더하는 변수를 연구로 확인된 범위까지만 정리합니다. '가능하다'는 결론은 내리지 않으려 합니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긴 유기농 생두와 160°C 이하로 저온 로스팅한 노란빛 원두를 나란히 비교한 모습

우리 작업장의 유기농 생두(왼쪽)와 저온 로스팅 원두(오른쪽). 디카페인 원두는 아닙니다.

이 글의 연구 자료와 외부 링크는 2026년 10월 13일 기준으로 확인했습니다. 특정 디카페인 제품이나 브랜드를 평가하는 글은 아닙니다.

목차

디카페인 원두는 어떻게 만들까? 카페인 제거 방식 세 가지

카페인은 로스팅 전, 생두 단계에서 빼냅니다. 생두를 증기나 뜨거운 물로 불린 뒤 유기 용매, 물, 초임계 이산화탄소 가운데 하나로 카페인을 녹여 내는 방식이 쓰입니다.

체프 글에서 소개했던 2022년 Cantele 등의 연구는 서론에서 이 방식들을 정리해 두었습니다. 용매 방식은 증기를 쐬어 수분을 약 50%까지 올린 생두에 메틸렌클로라이드나 에틸아세테이트 같은 용매를 직접 닿게 하거나, 생두를 뜨거운 물에 먼저 담가 카페인을 물로 옮긴 뒤 그 물에서 용매로 카페인을 따로 빼내는 방식입니다. 물 방식은 간접 방식과 흐름이 같지만, 용매 대신 탄소 필터로 카페인을 거릅니다.

초임계 이산화탄소 방식은 생두 수분을 약 50%로 맞춘 뒤, 높은 압력에서 용매처럼 작용하는 이산화탄소를 생두 사이로 순환시켜 카페인을 빼냅니다. 연구진은 이 방식이 카페인만 골라 빼내 향의 원료가 되는 성분과 클로로겐산의 손실을 가장 줄인다는 점에서 선호된다고 적었습니다.

방식카페인을 빼내는 물질생두 쪽에서 일어나는 일
용매 방식메틸렌클로라이드, 에틸아세테이트증기로 수분을 올린 생두에 용매가 직접 닿거나, 생두를 담갔던 물에서 카페인을 빼냄
물 방식물, 탄소 필터생두를 뜨거운 물에 담가 카페인을 물로 옮긴 뒤 필터로 거름
초임계 이산화탄소 방식고압 이산화탄소수분을 약 50%로 맞춘 생두 사이로 이산화탄소를 순환

세 방식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생두는 한 번 물을 듬뿍 머금었다가 다시 말려진 뒤에야 로스터에게 옵니다. 산지에서 수확해 말린 그대로의 생두와는 출발점이 다른 셈입니다.

디카페인 생두는 왜 색이 짙을까? 카페인 제거가 남기는 흔적

이전 글에서 '향보다 색이 먼저 말해 준다'고 썼을 만큼, 저는 저온 로스팅 원두를 색으로 먼저 봅니다. 우리가 볶는 원두는 우려내면 연한 노란빛이 납니다. 디카페인 자료를 읽으며 가장 먼저 눈이 간 것도 색이었습니다.

초임계 이산화탄소로 카페인을 뺀 생두는 볶기 전부터 색이 짙어집니다. 연구에서는 이 갈색이 폴리페놀이 산화된 결과가 아니라, 멜라노이딘이라는 갈색 물질이 생긴 결과로 보고됐습니다.

Cantele 등은 2011년 Chen 등의 연구를 근거로 이 점을 설명했습니다. 멜라노이딘은 원래 로스팅 중 갈변 반응으로 만들어지는 물질인데, 디카페인 생두에서는 카페인을 빼는 단계에서 이미 생기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Cantele 등의 비스킷 연구에서도 디카페인 원두에서 나온 실버스킨이 세 시료 가운데 가장 짙은 색이었고, 이를 넣은 비스킷의 밝기가 가장 크게 떨어졌습니다.

색을 기준으로 로스팅을 보는 사람에게, 생두 색이 출발부터 다르다는 것은 첫 번째 변수입니다.

디카페인 원두는 더 적은 열로 볶일까? 2022년 비교 연구

2022년 Honda 등의 연구에서 초임계 이산화탄소로 처리한 디카페인 원두는 일반 원두보다 적은 열로도 색이 짙어졌고, 그만큼 약한 열 조건으로 로스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초임계 이산화탄소로 카페인을 뺀 원두와 일반 원두를 열풍 로스터로 여러 조건에서 볶았습니다. 최고 온도는 125°C부터 250°C까지, 최고 온도에 머무는 시간은 120~240초, 최고 온도까지 올리는 시간은 60~180초 사이에서 바꿨습니다. 로스팅 정도는 원두 색의 밝기(L*)로 재고, 카페인과 트리고넬린, 세 종류의 클로로겐산을 측정했습니다.

비교 항목연구 결과 (Honda 등, 2022)
카페인 제거 과정의 영향카페인은 크게 줄고 트리고넬린은 조금 줄었으며, 클로로겐산은 큰 변화가 없었음
고온 로스팅에서의 성분 감소두 원두 모두 비슷한 속도로 감소. 225°C 이상에서 오래 머물수록 감소가 컸음
같은 색에 이르는 데 필요한 열디카페인 원두가 더 적은 열로 짙어짐
같은 색에서 남은 클로로겐산디카페인 원두에 더 많이 남는 경향

연구진은 카페인 제거와 로스팅 조건을 함께 신경 써서 조절하면, 카페인과 함께 줄어들기 쉬운 트리고넬린과 클로로겐산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다만 이 연구에서 가장 낮은 조건은 최고 온도 125°C에 몇 분간 머무는 짧은 로스팅이었습니다. 160°C 이하에서 긴 시간에 걸쳐 볶는 우리 방식과는 시간의 축이 다르다는 점을 함께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색이면 같은 로스팅일까? 디카페인 원두를 색으로 판단할 때의 변수

디카페인 원두는 같은 색이라도 받은 열의 양이 일반 원두와 다를 수 있습니다. Honda 등의 결과를 거꾸로 읽으면 그렇습니다.

여기부터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제 해석입니다. 저온 로스팅은 원두가 아직 옅은 색일 때 배출합니다. 초임계 이산화탄소로 처리한 디카페인 생두처럼 출발부터 짙고 열에 더 빨리 짙어지는 원두라면, 평소처럼 색만 보고 배출 시점을 정할 경우 생각보다 열을 덜 받은 상태에서 원두를 꺼내게 될 수 있습니다. Honda 등은 적은 열로 로스팅을 마칠 수 있다는 점을 성분 손실을 줄이는 장점으로 보았습니다. 같은 사실이 볶는 사람에게는 색 말고도 판단 기준을 하나 더 세워야 한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디카페인 원두라면 색과 함께 원두 온도와 볶은 시간을 기준으로 삼는 편이 맞겠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로스터 변천사 글에서 정리한, 원두 온도를 직접 재고 시간에 따른 온도 곡선을 따라가게 된 기술이 여기서 쓸모를 얻습니다.

디카페인 원두 저온 로스팅, 연구가 확인한 것과 남은 질문

디카페인 원두를 160°C 이하에서 오래 볶는 저온 로스팅을 직접 다룬 연구는 이번 조사에서 찾지 못했습니다. 대신 그 질문에 다가갈 수 있는 조각들은 있습니다.

구분내용근거
확인된 것카페인 제거 과정에서 생두는 수분을 약 50%까지 머금었다가 다시 마름Cantele 등(2022)의 정리
확인된 것초임계 이산화탄소로 처리한 생두는 볶기 전부터 색이 짙어지며, 멜라노이딘 생성이 원인으로 보고됨Chen 등(2011), Cantele 등(2022)
확인된 것초임계 이산화탄소 디카페인 원두는 더 적은 열로 짙어지고, 같은 색에서 클로로겐산이 더 남는 경향Honda 등(2022)
남은 질문160°C 이하에서 오래 볶는 조건에서도 같은 경향이 나타나는지직접 연구 없음
남은 질문물 방식이나 용매 방식으로 처리한 생두도 같은지Honda 등은 초임계 이산화탄소 방식만 비교
남은 질문산지와 품종에 따라 차이가 있는지확인한 연구 없음

우리는 디카페인 원두를 볶아 본 적이 없어서, 표의 '남은 질문'에 직접 답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다음에 같은 전화를 받으면 "하지 않습니다"로 끝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디카페인 생두는 처리 방식부터 확인해 보시라고, 같은 색이라도 볶인 정도가 다를 수 있다고 한마디쯤은 덧붙일 수 있게 됐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디카페인 커피에는 카페인이 전혀 없을까요?

디카페인 커피에도 카페인이 조금 남아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카페인을 90% 이상 제거한 커피에 '디카페인'을 표시할 수 있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6년 5월 표시 기준을 바꿔, 2028년 1월 1일부터는 커피 원두의 잔류 카페인이 0.1% 이하일 때만 '디카페인' 또는 '디카페인 원두 사용'을 표시할 수 있게 했습니다.

Q2. 디카페인 원두를 고를 때는 무엇을 보면 좋을까요?

'디카페인'이라는 표시만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카페인을 뺐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 글에서 본 것처럼 처리 방식에 따라 생두에 남는 변화가 다를 수 있으니, 물 방식인지 초임계 이산화탄소 방식인지 용매 방식인지가 적혀 있는지 살펴보세요. 2028년부터는 국내 표시 기준도 달라지니, 그 전후로 표시가 바뀌는 제품이 있을 수 있습니다.

Q3. 유기농 디카페인 원두도 있을까요?

유기농 생두를 디카페인으로 처리한 원두도 유통되고 있습니다. 다만 유기농 인증 기준이 어떤 카페인 제거 방식을 허용하는지는 나라마다 규정이 따로 있고, 이번 조사에서는 공식 문서에서 정확한 조항까지 찾지 못했습니다. 구매하실 때는 생두가 유기농 인증을 받았는지와 함께, 카페인을 빼는 단계까지 인증 범위에 들어가 있는지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생두 인증 하나만으로 완제품 전체가 인증된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한 자료 (References)

Honda, M., Takezaki, D., Tanaka, M., Fukaya, M., & Goto, M. (2022). Effect of Roasting Degree on Major Coffee Compounds: A Comparative Study between Coffee Beans with and without Supercritical CO₂ Decaffeination Treatment. Journal of Oleo Science, 71(10), 1541–1550.
https://doi.org/10.5650/jos.ess22194

Cantele, C., Tedesco, M., Ghirardello, D., Zeppa, G., & Bertolino, M. (2022). Coffee Silverskin as a Functional Ingredient in Vegan Biscuits: Physicochemical and Sensory Properties and In Vitro Bioaccessibility of Bioactive Compounds. Foods, 11(5), 717.
https://doi.org/10.3390/foods11050717

Chen, Y., Brown, P. H., Hu, K., Black, R. M., Prior, R. L., Ou, B., & Chu, Y. F. (2011). Supercritical CO₂ Decaffeination of Unroasted Coffee Beans Produces Melanoidins with Distinct NF-κB Inhibitory Activity. Journal of Food Science, 76, 182–186.
https://doi.org/10.1111/j.1750-3841.2011.02304.x

오정인 (2026년 5월 12일). "안심하고 드세요"…카페인 0.1% 이하만 '디카페인'. SBS Biz.
기사 원문

글쓴이 소개
mary wells garden — 저온 로스팅 기술 특허 보유자
2013년부터 160°C 이하 저온 로스팅의 효과를 독자적으로 연구해 왔으며, 관련 로스팅 기술로 특허(제10-2916444호)를 취득했습니다. 유럽 바리스타 자격증과 국내 바리스타 자격을 보유하고 있지만 바리스타로 직접 활동하지는 않고, 오직 '저온 로스팅' 한 가지 주제에만 집중해 10년 넘게 자료를 모으고 실험해 왔습니다. 이 블로그에서는 그 과정에서 쌓은 경험과 공개된 연구 자료를 근거로, 원두의 성분 변화와 항산화 성분 보존에 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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